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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짙어짐을 은행잎의 노란색으로 먼저 느꼈다. 그때, 문득 오래전부터 읽어야지 생각만 했던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꺼내 들었다.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때도 흥미는 있었지만 선뜻 읽지 못했던 책이었다. 이번에는 주저 없이 전자책을 구매했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충격과 몰입감. 그동안 왜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했다. 『채식주의자』는 단순히 고기를 거부하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실은 인간 본성과 억압, 본능과 자아 사이의 내면적 갈등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채식주의자’ 영혜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히 고기를 거부하는 인물이 아니라, 사회와 가족, 전통적 가치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한 인간의 절박한 몸짓이다. 그녀의 침묵, 거부, 몸의 변화는 결국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저항으로 읽혔다.
특히 작가는 인간이 지닌 폭력성, 억눌린 욕망, 이해받지 못한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읽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 여운이 있다. 한강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이 단지 ‘문장을 엮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직조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느꼈다.
최근 다큐멘터리에서 한강 작가가 작사·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녀의 창작 세계는 단순히 문학을 넘어서 있었다. 그 깊은 고뇌와 고통, 그리고 고요함이 글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채식주의자』는 단지 수상작이기 때문에 읽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진정으로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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